화면은 컴퓨터 프린트된 꽃들로 가득하고, 그 뒤에 있거나 그것과 뒤섞여 있는 인물들이 아크릴로 그려져 있다. 인물들은 그로테스크하게 굳은 상태이며, 인형이나 석조상같이 무감각한 표정이다. ‘중독’이라는 전시부제처럼 죽음에 이르는 탐닉을 그렸다. 기계적으로 수없이 반복되어 중독까지 일으키는 꽃들은 인공낙원을 이룬다. 자연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증식된 꽃들은 향기도 없고 시들지도 않는다. 작가에게 꽃은 모든 것을 규격화하여 개인에게 강요하는 현대 소비사회의 덧없는 화려함과 유혹을 상징한다. 그 인공 생태계 속의 인간은 행복한 황홀경에 빠져 있다기 보다는, 꽃들처럼 사물화 되어 있다. 물화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인물들은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색조로 분칠되어 있다. 과도하게 표면을 잠식하고 있는 꽃들 속에 파묻혀 취해 있는 인물들은, 적대적 환경에 노출된동물처럼 보호색을 필요로 한다.

카이유와에 의하면 곤충의 의태(擬態)에서 보여지듯이, 어떤 동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서운 동물의 겉모습을 띈다. 적을 놀라게 하는 이 변형은 자동적으로 행해지며, 피부의 반사운동에 가깝다. 피부의 반사운동은 변색을 해서 자신을 감추는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무서운 외관을 취하기도 한다.

이샛별의 경우 환경은 꽃처럼 달콤한 외양을 띄고 있지만, 식물은 동물을 취하게 한다는 점에서, 유혹의 세계를 상징한다. 혼돈의 현대사회는 원시사회와 유사하게 위장과 홀림이 지배한다. 한 생태계를 하나의 종이 지배하는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는 환경에서, 환경과 유사해지고자 하는 흉내내기는, 주체와 객체가 분리 불가능한 현기증에 이르게 한다.

특히 그녀의 작품은 꽃으로 대변되는 식물에 의한 환각증상을 염두에 둔다. 피터 퍼스트에 의하면 식물에 의한 환각은 영혼을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환각을 통해 주위의 환경은 이상한 힘과 변신의 무대가 된다. 환각식물의 효과는 찬란한 색조의 영상을 포함하여 시간과 공간의 인식변화와 무중력감, 시각의 왜곡을 비롯한 오감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알려져 있다. 신경은 기분 좋게 이완되는 것을 넘어서, 차이와 긴장을 소멸시키는 죽음으로 향한다. 기계적 반복으로 화한 꽃들은 유기적 결속을 풀고 해체시키며, 죽음과 같은?정지로 귀착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죽음본능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반복은, 긴장의 부재와 상실한 전체성의 재발견이라는 기본적인 두 가지 욕망을 충족시키는데 기여한다. 자극에 따른 긴장을 제거함으로서 쾌락을, 그리고 그 쾌락조차 넘어서 긴장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죽음에 가까운 향락을 향하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중독이라는 메카니즘을 통해, 화려하고 나른한 죽음으로 서서히 취해가는 현대사회를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