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계급

계급장은 군대 조직체에서 상하의 지휘, 명령 계통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기장인 동시에 민간인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작용한다.

조직화된 체제 내에서 극적 권력을 획득한 계급장은 군내부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 외부로부터의 압박에 대한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반발심등 불필요한 심적 현상을 마음에서 깨끗이 일소하면서 개인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고 사회로까지 확장,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부문에서 보이지 않게 우리의 삶을 재단하고 있다.

‘자라는 계급’은 음습하게 우리 안에 기생하면서 생명력을 확장하고 있는 계급장들을 무궁화속에 위장시키면서 거대한 국가권력 안에 개인의 권력과 욕망이 점차 중첩되고 획일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계급장이 자라는 공간인 화원은 번식욕이 스스로의 본성을 바꿈으로써 변이하고 변이에 의해 기형적으로 확장하며 확장에 의해 정복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성장은 시작도 끝도 없이 단일한 환경에서 은폐되고 재배되며 보이지 않는 흐름에 의해 무성하게 번식하고 폭력적으로 거대한 공간을 잠식, 급기야 지하를 관통하고 뚫고나와 거대한 권력이라는 변종을 만들어 낸다. 계급장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꽃 더미 속에 위장하고 꽃과 더불어 개개인의 몸을 뚫고 성장하다가 마침내 둘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하나의 개체가 된다.

변종계급장은 보다 큰 권력에 대한 욕망의 희화화이자 세속적 평가기준에 대한 조소이다. 또한 이 ‘자라는 계급’은 조직화된 기억을 내포하고 인공적으로 재배되어 연결된 정보만을 갖게끔 되어있는 위계적 질서로 구성된 식물로서 권력의 유기체적 성장을 의미한다.

가상도 현실도 아닌 복제 속에서 복제를 엄연한 현실로 인정하며 우리가 직접보지 못한 것, 남이 내 대신 본 것들에 의존하면서 세계를 점점 관념화하는 우리의 환경에 대한 고발의 의미인 위장개념과 더 이상 물리적 탄압이 아니라 매체의 관념적 설득에 의거하여 행사되는 권력을 자라는 식물에 비유, 무서운 번식력을 가진 유기체적 속성을 부여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변종 계급장을 만들어 제시함으로써 권력의 관념화에 도전한다. 복제물위에 재배치된 변종계급장들이 점점 자라면서 빛날수록 극대화로 치닫는 양적팽창의 권력 또한 그 허위의 빛을 드러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