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中毒)
1.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2.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수 없는 상태
내 작품 안에서의 꽃 이미지는 영원히 파괴되지 않는 인공 생태계의 엄청난 아름다움의 역설이며, 자연보다 더욱 자연스러운 화원이자 인간의 본질과 함께 부서지고 짓이겨지고, 망가지고 죽어버린 보조 자연이고, 숨막힐 듯 조여오는 현 사회에 대한 은유물이다.
기계로 프린트된 규칙적인 이 인공의 꽃들은 자연을 위장하고 표방하는 물질이며 통제되는 규격품이고, 사람들이 자연이라고 일컫는 또 하나의 규율인 것이다. 구토할 만큼 만발한 꽃 사이에서 강렬한 원색이 뿜어내는 시각적 즐거움에 도취되어 세속의 고통을 외면해버린 인간상들은, 꽃으로 아름답게 수놓인 공간 속에서 꽃의 수만큼 길들여지고 무감각해지며 벌레처럼 스멀거리는 꽃들에 중독 된다.
이 꽃들은 더 이상 행복과 황홀로써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향기와 아름다움으로 위장해 서서히 정신을 좀먹어가고 삶의 영역에서 자신을 유폐시키는 환각제로 작용한다. 중독에서 헤어나는 것이 차라리 고통인 이들에겐 편안하게 그 속에 자신을 내맡기고 향유하는 것이 그렇고 그런 삶을 이어가는 방법으로 통념화되었고 인간의 고립을 극대화시키고 정신을 살해한 복지부동의 권력에 귀의하거나 항복하게 된다. 결국 그 환상의 세계속에서 개개인은 자기 자신을 감정을 가진 자연스러운 인간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체계에서 감정이 마비된 도구나 고립된 허상의 존재로서 경험하게 된다.
나는 인쇄된 꽃(잡지, 천, 컴퓨터 출력)과 회화의 합성, 그리고 꽃의 아름다움에 중독된 인간의 일그러진 모습과 돌처럼 굳어버린 신체를 통해 규정된 문화와 정의의 뒤틀림과 허구성, 고립과 소외에 의한 개개인의 주체성 상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프린트된 꽃들은 또한 대량생산된 제품들과 무분별한 시각 이미지로 뒤덮인 우리의 극한의 환경적 측면에 대한 고발이며 내 의지에 따라 인쇄 이미지 위에 물감을 올림으로써 반응의 조작을 통해 인쇄된 꽃, 그 통제성과 반복적 규칙, 화석화된 자연을 통해 기존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욕망을 허위의 방식으로 배치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