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이샛별입니다. 1970년 경기도에서 태어났습니다. 게으르고 제멋대로지만 낯가리는 활달 열정 예술가. 만나보면 재밌습니다.

2)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르바이트와 그림 작업 사이에서 바쁘지만 안일하게 지내고 있을 때, 둘 중 어떤 것에도 진정으로 온전히 열중하지 못하고 있을 때, 교통사고가 났었고 병문안 오신 목사님의 권유로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죠. 잊어버려야, 몰라야 편했던 불편한 어떤 것들이 나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도 그 공부를 하고 있고 그것이 제 작품 활동의 결정적인 계기입니다.

3) 본인의 작업 스타일을 설명한다면?

선택한 단어와 인터넷에서 검색된 단어 사이의 간극의 나열과 매체에서 캡처한 사건의 재구성, 내러티브가 엉켜 있는 복잡한 화면, 시대의 신화에 대한 균열, 무대 전면에 부상한 주요 인물의 표정과 사건이 되는 배경과의 복잡한 연속 혹은 단절성. 몽타주식 영화적 구성 작업과 Uncanny 인물 시리즈 작업. 우연과 환상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마술적 리얼리즘.

4) 작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요?

현실의 이상화가 아닌, 그러나 꿈이 존재하기도 깨지기도 하는, 기대하지 못한 기적이 이루어지는 현실. 견고하게 우리를 지탱했던 현실 논리가 붕괴하는 그 속에서 신비한 것, 그 신비한 마술이 드러나는 현실. 우리가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그것,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제도와 질서, 결국 원초적 자연만이 인간의 세계를 무너뜨린다는 환상을 깨고, 현재를 구성하는 지독하게 모순된 하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시스템에 대한 도전, 결코 비관으로만 종착 되지 않는, 오히려 그것이 새 꿈을 짤 수 있는 판의 에스키스가 되는 반전. 틈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해 보이는 것들이 무의미하고 텅 빈 흔적이었음을 알게 되는 바로 그것을 창조적으로 보여주는 예술, 그 구멍을 발설하는, 찾아내는, 더 정확하게는 구멍을 내는 예술적 사건을 일으키는 것.

“일상의 현실이 과연 그토록 확고하게 실존합니까?”

현실이 그야말로 완벽하다면 인간도 예술도 사랑도 그 어떤 것도 존재할 수조차 없을 것입니다. 자유의 근거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현실 자체의 미완결성을 주장하는 것뿐이고 현실은 그 중심에 어떤 갈라진 틈을 가지는 한에서만 현실로 존재하게 됩니다. 본질에 자기 균열이 없다면, 본질이 그 자신과 구분된 것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본질과 구별된 자리가 존재하지 못할 것입니다.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그리기라는 쾌락, ‘우연’이 동반되는 화면을 만드는 기계적인 노력과 반복 속에서 진리, 그것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해지지 않는 것이란 없습니다. 우리는 말해야만 합니다. 나는 예술가이기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있습니다. 평범한 삶에서 진정으로 그것을 행하는 것이란 목숨을 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5) 창작을 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경제적인 것과 의무의 지독한 회피와 작업에 대한 불신과 의문, 균열 그리고 지치지 않는 욕망, 이것은 반대로 창작의 강력한 동력입니다. 하지만 이것, 지독하고 지독하고 또 지독하게 들러붙는, 너무나 달콤하게 완벽한 나르시시즘의 유혹만은…

6) 당신이 사는 도시는 어떤 도시인가요?

작업실은 서울, 의정부를 거처 현재 동두천과 경북 상주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주로 군부대 바운더리에서 살았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부대 근처에서 지냈습니다. 비록 태어난 후 곧장 이사했지만 동두천 출생, (성남을 거쳐) 부모님께서 군인을 상대로 가게를 운영하셨던 화천, 이후 주민증을 소지해야 입장 가능한 철원 최전방 군부대 동네. 순전히 교육 때문에 오게 된 서울과 다시 작업실 때문에 정착한 동두천. 이사 때문인지 예민함 때문인지 적응하기 급급했던 저는,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한 애착 없이 그저 주어지는 대로 도시들을 낯설게 부유해온 느낌입니다. 변명을 해보자면, 그것은 제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소속을 강력하게 원하지만 늘 한발 물러서 있는… 담글 때, 나를 깊이 담글 때만이 어떤 사건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7) 언제, 어떻게 영감을 받나요?

나를 추동하는 열정적 사건과 만났을 때. 그것은 문장으로, 단어로, 꿈으로, 연설로, 책으로, 사람으로, 영화로, 사고로, 고통으로, 기쁨으로… 내 밖, 외부에서 내게로.

8)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당신의 모토는 무엇인가요?

‘균열과 간극 속에, 열정적으로 묻는 질문 과정 속에 진실이 있다.’

‘직업과 나를 완벽하게 동일시하라.’

‘실패하라,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

9)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파괴될지라도, 진리에 대한 믿음.

10) 혼자 있을 때 하는 일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favorite spot도요.

소파에서 멍하니 앉아 음악 감상. 해가 질 때 산이 검게 변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곳.

11)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전시회, 그리는 노동, 공부, 쾌락, 의무, 질문, 사건… 균열, 그리고 또 다시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