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이동展」

[동두천/ 작가와의 대화]

이샛별+정정주

2010. 7. 12(월)_pm4 / 문화살롱 공 1F 라운지

박이창식

: 「의정부 이동展」 마지막 작가와의 대화 시간입니다. 처음 시작이 포천, 그다음이 양주 마지막으로 동두천 이렇게 세 지역 작가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오늘이 마지막 동두천 작가들 전시가 시작되는데요. 오늘 말씀 나눈 내용을 이번 「의정부 이동展」 자료집에 포함 시키려고 합니다. 오늘 작가님들과 나눈 대화는 빼도 박도 못하게 (하하!) 녹음해서 기록하게 될 겁니다. 이점 참고하셔서 냉정하게 때론 흥미롭게 토론회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오늘 오신 분들을 소개해보면, 오늘 참석하신 동두천 작가 두 분과 양주 작가로 참여했던 이종균 작가와 이야기 작가 두 분이 와계시고요. 포천 작가로 참했던 나규환 작가님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의정부 지역에 거주하시고 현재 경기북부작가회 회장과 한국미술협회 서양화 분과위원장이신 지역 선배 정호양 선생님과 북경기신문 편집국장이신 현성주 국장님도 와 계십니다. 오늘 국장님은 취재하시기보다는 작가님들의 작품 이야기를 듣고 싶어 오셨다고 합니다. 취재가 아니라서 마음 편하게 토론회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 외 몇 분이 더 와 계시는데 일일이 소개 말씀 못 드리는 점 양해 부탁합니다. 오늘 동두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작업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 같은 것을 대화 시간을 통해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의정부 이동展」에 대해서 조금 설명이 필요한데요. 경기 북부지역의 작가들을 소개하고 발굴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제도권이나 제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나름대로 목숨을 걸고 작업하는 작가들을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하고 발굴하여 작가들의 진정성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전시로 문화살롱 공의 분발을 요구하는 계기도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는 될 수 있으면 참여하는 작가들이 몸담은 지역의 특성을 어떤 방식으로 의정부 2동으로 이동해 올 수 있는가에 대한 담론과 그 과정들을 통한 지역과 지역, 작가와 작가의 자생적 네트워크를 담아내기 위한 기획이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일산-파주-의정부 3개의 지역 작가들이 참여하여 그 뿌리를 이루었는데요. 올해가 두 번째 기획 전시가 되겠습니다. 그럼 오늘 동두천 작가로 참여하신 이샛별 작가, 정정주 작가와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샛별 작가님께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작가님 같은 경우는 흥미롭게도 렌티큘라(lenticular)를 활용한 작업을 진행하셨는데, 저도 흥미진진하게 작품을 지켜봤습니다. 작가님은 원래 얼굴에 꽃이라든지 흘러내리는 살덩어리라든지 어딘지 비현실적인 이미지들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평면 회화작업을 하셨는데, 이번처럼 렌티큘라로 작업을 진행하신 게 처음이신가요?

이샛별: 네.

박이창식

: 그런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깐 작가님이 컴퓨터를 잘 못 다루신다고 하면서도 포토샵을 훌륭하게 다루신 것 같아요. (하하!) 특별히 렌티큘라를 이용하여 작업하게 된 계기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이샛별

: 우연히 다른 작가가 했던 작품을 봤어요. 그 작가가 한 작업은 드로잉으로 렌티큘라를 이용한 작업인데, 작품에 한 동작이 나와요. 물을 따르면 물줄기가 이렇게 나오는 동작이 나오고 이쪽에서는 꽃이 폈다 졌다 그런 식의 드로잉 작업을 그 작가의 작업실에 가서 직접 봤는데, 작업이 드로잉이어서 더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어요. 물론 배준성작가의 작품으로 많이 알려졌죠. 회화와 사진 이미지를 합쳐서 세 가지 시점으로 변환하는 방식, 그러니까 제가 ‘스무 개의 그림자’라는 시리즈의 그림을 그릴 때의 내용과 렌티큘라가 가진 속성이 정확하게 부합이 돼서 렌티큘라로 이야기하면 기법 상 더 재미있겠다싶어 하게 되었죠.

박이창식

: 저희한테는 어렸을 때 딱지 이미지를 통해 경험해보았는데 참으로 흥미로웠거든요. 그런데 이샛별 작가가 작업한 회화 작업을 보면 대부분 얼굴 형태라든지 이미지들이 독특한 것 같아요. 그것은 어떤 대상을 특별히 고려해서 표정이라든지 이미지들을 그리신 건지요?

이샛별

대학을 다니면서 인물을 자주 그렸거든요. 얼굴을 그릴 때 그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약간 희화화시켜서 그렸어요. 좀 둥근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눈코입이 있는 형태였었는데 조금씩 변하면서 아예 동그래지기도 하더군요. 모델은 저인 경우가 많고 제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을 그때그때 작업실로 불러서 촬영해요. 제가 원하는 각도와 포즈로 촬영하고 조명을 설치해 찍기도 해요. 이런 여러 얼굴들이 그림으로 나타났을때는 얼굴이 동그랗다 보니 개성이 없어지면서 다 비슷하게 보이더라고요. 인물이 정형화 돼서 사람들이 모델이 있는지 잘 몰라요. 그냥 캐릭터로 알더라고요.

박이창식: 중간에 실제 인물들 얼굴이 보이긴 하네요.

이샛별

: 저는 잘 보이죠. 하하! 제 친구들이니까.

‘<스무개의 그림자>회화 시리즈는 모두 다른 인물들인데, 렌티큘러<스무개의 그림자>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인물의 본 얼굴이 보이잖아요. 하지만 원화에서는 눈 부분이 커다란 꽃으로 대체되고 실제 자기 눈이 없어지니까 나머지 부분을 가지고 누군지 판별해야 하니 구별을 잘 못 하죠.

박이창식: 음, 입 부분만 보게 되니까.

이샛별: 네, 코랑 입 부분…

박이창식

: 작품을 보다 보면 중간에 가면이 있더라고요. 토끼 가면이 있고 여우 가면도 있고, 그건 작업 속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이샛별

: 제가 ‘시선’ 자체에 포인트를 많이 뒀어요. 정확히 시선의 차이죠. 눈 대신에 꽃이 있는 건, 눈이 무언가를 봤을 때 ‘봄’에 의해 본인이 환상을 만들어내는데 그 만들어낸 환상을 꽃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꽃이 그 자신의 환상에 대한 이야기를 대신하는 거에요. 시선을 없애고 그 보는 위치에 환상의 꽃을 놓습니다. 그 콘셉트와 같은 맥락으로 등장하는 게 가면이에요. 가면 중에서도 토끼랑 여우를 골랐죠. 파티용품 파는 곳에 가서 여러 개 가면을 보고 그중에서 어릴 때부터 제일 익숙하게 봤던 토끼, 여우가면을 샀어요. 동화에 등장하는 가장 친숙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죠. 토끼와 여우는 귀여움을 제거하고 이상한 점액질로 채워진듯한 이미지로 표현했어요. 끈적끈적하고 우둘투둘한 표피를 갖고 있는 가면과 꽃과 ?흔들리는 얼굴. 하나는 상상으로 만들어낸 나, 또 하나는 우리가 말하는 현실, 즉 상징체계에 존재하는 나고, 또 하나는 나를 이 사회에 존재하도록 하기 위해서 제거했던 다른 나. 그런 이미지로 꽃, 얼굴, 가면이 화면에 등장하는 거죠.

박이창식: 그래서 보면 코도 두 개 겹쳐있고…

이샛별

: 네, 작으면 겹친 효과가 별로 안 나니까 얼굴을 크게 그려놓고, 바라봤을 때 흔들리는 듯한 효과를 많이 줬어요. 흔들리는 시선은 내가 그 그림을 봤을 때 그려진 인물이 스스로 흔들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내 시각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죠. 그러니까 흔들린다는 것의 의미는 어떤 대상을 볼 때 그 시선과 그 대상이 나에게 되돌려주는, 내가 만들어낸 시각과 부딪혀서 되돌아온 그 응시 때문에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고 그 시선은 내가 만든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왜곡되어있다는 의미에요. 보여지는 이미지는 시각의 차이로 인해 ?얼룩으로 보일수도 있죠. 얼룩이 다른 시각차에 의해 어떤 이미지를 갖듯이요. 나의 응시 때문에 그림이나 대상은 그때부터 하나의 시점으로, 나의 욕망의 시점으로 누벼지는 거죠.

박이창식

: 이번에 「의정부 이동展」에서 작가님의 작업 진행 과정에서 대화도 나누면서 유연하게 채용되는 어떤 상황이 합성되면서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는데, 주변의 인물 말고 여기에 있던, 다시 말씀드려서 문화살롱 공에 찾아오는 손님이라든지 기획자 등과 같은 인물들을 작품 속에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좀 드네요. 하하!

이샛별

:<스무개의 그림자>렌티큘러 시리즈는 <스무개의 그림자>회화작품과 얼굴사진을 합성한 작업이에요. 기존에 제가 그렸던 작품에 그 그림의 원래 모델 이미지들을 집어넣어서 합성했어요. 여기에 계신 분들은 제가 페인팅을 안 해서… 하하! 사진을 찍어서 이후에 또 작업할 수도 있겠죠.

박이창식: 그렇게 됐으면 아마 작업들이 더 의미 있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요.

이샛별: 그려진 모델이 작품을 다 사게끔. 하하하! 자기 작업을 다. (하하하!)

관람객(이야기): 그럼 원래 그 그림 속에 인물들을 캐스팅하게 된 기준이랄까? 그런 것이 있나요?

이샛별: 기준은 없고, 일단 사진을 다 받아서 좀 아니다 싶은 것은 그릴 때 빼고 그렸을 때 좀 재미있는 얼굴을 선택했어요.

관람객(이야기): 그럼 친분이 있는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고 그런가요?

이샛별: 네. 친구들에게 얻은 사진도 있어요. 그래도 친분 있는 사람들이 많죠. 제가 원하는 각도랑 빛을 좀 더 살려서 찍어야 하니까 직접 찍는 것이 좋긴 하죠.

관람객(이야기)

: 그럼 그림 속 인물들은 그 그림이나 이번 작업을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변형이 가해진 얼굴이잖아요. 자신의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반응들이 어떤지 그런 것이 궁금하네요?

이샛별

: 페인팅까지는 좋아해요. 렌티큘러 작업은 여기서 처음 한 작업이라 못 봤거든요. 아마 보면 좀 싫어하지 않을까… (하하하!) 너무 적나라하게 본인 얼굴이 나오니까 다른 사람이 봐도 좀 알아보겠죠. 페인팅만 봐도 ‘비슷하다.’ 이렇게 생각할 텐데…

관람객(이야기)

: 혹시 예전에 그래픽이라는 잡지에 인터뷰하신 적이 있으시죠? 제가 동두천 살 때 그 인터뷰를 보고서 동두천에 계신다고 그래서 궁금하고 해서 연락을 한번 해서 뵐까 그런 마음만 있다가 못하고 시간이 지났는데, 이번에 「의정부 이동展」에서 뵙게 된 거예요. 그래서 아무래도 다른 작가분들 인연도 소중하다 생각하지만 저는 또 남다르기도 했었는데, 그림 그리시는 분들에게 사람의 얼굴이란 건 중요한 모티브고 창작의 대상이 되는데 그래도 어떤 회화 작가들보다도 더 얼굴에 집중하시는 것 같아요. 얼굴 외에 신체 혹은 다른 피사체에는 지금으로서는 크게 관심이 없으신 것 같아요.

이샛별

: 개인전이 끝난 지 한 달도 안 됐어요. 그 개인전부터는 사건들이 본격적으로 많이 등장해요. 제가 학부 때부터 인물만 그렸어요. 다른 것은 재미가 없더라고요. 수업 때 어떤 시간은 풍경화를 그리게 하고 어떤 시간은 정물을 내주거나 하잖아요. 그렇게 꼭 정해진 거 외에 제가 그리는 것은 거의 90% 이상은 인물 위주였어요.

관람객(이야기)

: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은 인물 외에는 서사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저는 얼굴 하나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관심이 있었던 거고, 혹시 사람의 얼굴 외에 다른 경로를 통해서 지금까지 해 오신 작업들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궁금증이 있어서 여쭤본 거였습니다.

이샛별

: 제가 인물에 집중한 것은 그리면서 빠져드는 매력으로 일단 시작이 됐고요, 얼굴을 그릴 때 형태를 변형하면서 생기는 심리적인 부분들? 그런 게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아주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그 사람 모습에서 다른 어떤 걸 끌어낼 수도 있고 요.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워낙(이야기 작가님성함과 같지만 하하!) 이야기를 좋아해요. 서사적인 거, 리얼리즘, 마술적 리얼리즘… 책도 마찬가지로 그런 책도 좋아하고… 제가 궁극적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계속 풍성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죠.

박이창식

: 앞으로 렌티큘라 시리즈 작업은 더 진행하실 건가요?

이샛별

: 네. 제가 <스무개의 그림자>회화 시리즈를 작은사이즈(10호)와 큰사이즈(60~100호)를 같이 작업했는데요. 원화를 중심으로 합성하는 작업이다보니 디테일이 떨어지는 작은 그림은 빼고 큰 그림만 가지고 렌티큘라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일단 남아있는 큰 그림을 가지고 계속 진행할 계획이에요.

박이창식

: 그러면 옆에 계시는 정정주 작가와 대화를 나눠 볼게요. 이번에 ‘지혜의 등대’라고 동두천에 있는 도서관 형태를 미니어처로 만드셔서 설치하셨는데, 작업하신 기간이 얼마나 걸리신 거예요?

정정주

: 생각을 좀 오래 하고 그냥 좀 싸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하하하!) 뭘 하지? 뭘 하지? 하면서… 그러면서 ‘아~ 이걸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실제 작업은 한 5일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처음에는 쉽게 ‘아~ 이거 금방 하겠다.’라고 생각하고 시작을 했는데 의외로 좀 까다롭더라고요. 일단 그게 직선으로만 된 게 아니라 곡면이라는 점에서 보통은 설계도를 그려서 하는데 이번에는 거의 손으로 다 하다 보니까 그게 좀 오래 걸렸고, 기계장치는 처음으로 회전하는 것에 빛하고 카메라를 같이 같은 방향으로 해보면서 그 장치도 시행착오를 거쳐 가면서 좀 걸렸고, 생각보다 ‘작업’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가볍게 시작을 했는데 시작을 하다 보니까 결국 다시 제 스타일의 ‘만들기’에 치이는 상황이 돼서…

박이창식

: 초기에는 미니어처 작업과 주변에 동두천의 도시 이미지를 심어보겠다고 말씀을 하셔서 그런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부분이 줄어들고 지금의 형태가 나왔는데, 저도 동두천을 가끔 다니면서 지혜의 등대를 몇 번 봤어요. 시각적으로도 그렇고, 의미 있는 공간처럼 느껴져서 ‘저것 참 재미있다!’하고 생각했는데 모티브를 잘 설정하신 것 같아요. 지혜의 등대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정주

: 원래 말씀하신 대로 리서치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작업을 풀어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막상 뭔가를 생각하고 집중해서 작업을 준비하다 보니까 다시 원래 습성으로 가더라고요. 제가 아무래도 그런 게 강한 것 같아요. 이야기를 풀어서 쫙 늘어놓는 것보다는 압축된 상태를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하나의 중요 모티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게 저한테는 지혜의 등대가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워낙에 제가 동두천에 처음 이사 갈 때 제일 흥미로웠던 게 지혜의 등대였거든요. 왜냐하면 제 가족들이 소풍을 갔었어요. 김밥 하나 싸서 지혜의 등대 맨 위에 올라가 거기서 아무도 없는데 우리끼리 김밥 까먹고 재미있었거든요. 조망하기에도 좋았고요. 그 아래가 도서관이 조그맣게 있어서 ‘참 희한하다.’ 했는데 그게 동두천에 다섯 개나 있어요. 초등학교에 2개 있고 구시가지 쪽에 하나 있고 통일로 그쪽 편에 하나 있고 공설운동장 쪽에 하나 있는데, 동두천시가 가지고 있는 마인드라고 할까? 그곳이 돈이 많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그런 자잘하지만 재미있고 시민에게 바로바로 뭔가를 느끼게 하는 그런 걸 잘하는 것 같더라고요.

일단은 좀 다녀보시면 그런 걸 금방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일 재미있었던 게 지혜라는 단어와 등대라는 단어, 동두천이 가지고 있는 군사적이고 굉장히 방어적인 지형들 그리고 거기에 미군기지가 주둔하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파괴적이면서도 공간을 방어해야 하는 견고한 진지이기도 한데 거기에 지혜라는 단어와 또 등대까지 있어서 그 속성들을 잘 생각해보면 등대라는 건 빛을 내뿜으면서 빛을 인식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작업에 사용하는 빛은 시선과 관련돼 있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 닿아있는 건 아니고 실제로 빛이 시선에 와 닿았을 때 갖게 되는 그리고 빛의 영역 안에 사람의 신체가 들어가거나 공간이 들어갔을 때의 그런 느낌들? 그리고 시선이 결합하면서 뭔가를 집요하게 추적하거나 알고자 하는 욕구, 그게 감시하고도 연결이 되고 혹은 모든 걸 알고자 하는 전지(全知)에 대한 욕구에서도 나올 수가 있고요. 그런데 그게 다시 도서관하고 연결됐을 때는 도서관은 지혜와 세상을 조망할 수 있는 지식이 담겨있는 거고요.

그래서 그 안에는 되게 긍정적인 의미와 또 되게 부정적인 의미 두 가지가 동시에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동두천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군사적, 역사적인 것을 소시민으로서 느낄 수 있는 느낌이랄까? 재미있는 게 동두천 지도를 보면 동두천의 엄청나게 큰 부분이 산으로 메워져 있거든요. 실제로 완전히 은폐가 되어 있는 거예요. 그렇게 은폐가 되는 게 굉장히 반대의 감시라든지, 이중적,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들이 재미있어서 지혜의 등대를 하게 됐고, 막상 해보니까 구조적으로 상당히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좀 아쉬운 것은 뭔가 좀 잘 만들어서 안쪽에서도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그게 위쪽의 시선의 빛이랑 같이 연결되면 굉장히 밀도 있는 작업이 나올 것 같은데 일단은 지금 현재 상태에서는 떨어뜨려 놓았어요.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잘 나온 것 같아요.

박이창식

: 평상시 정정주 작가의 작업을 자주 본 건 아니지만, 자료로 봤을 때 느낀 것은, 미니어처의 구조물들이 카메라 때문에 확대되거나 뻥 튀겨져서 공간 이미지가 새롭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내부 구조보다는 도리어 바깥, 다시 말씀드려서 등대 주변의 환경을 끌어들이는 형식으로 작업하셨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것과 연관되는 건가요?

정정주

: 제 작업의 출발점은 빛과 공간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그런 모형이 먼저가 아니라 제가 있었던 공간 안에서 빛의 움직임, 유학시절 맨 처음에 답답하고 낯설 때 조그만 내 방에 앉아서 거기가 빛이 굉장히 센데 그 햇볕이 서서히 움직이는 움직임이 어느 순간 되게 무섭거든요. 그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기도 하고 그림자가 어느 순간 방 안을 쭉 휘둘러서 벽을 타고 사라지는 느낌? 그때 빛에 대한 강한 에너지를 인식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빛을 구조화시키는 쪽으로 작업하다가 조그만 모형 안에 빛을 넣어보고 그다음에 카메라가 들어가서 반대로 보기 시작했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 작업에서는 공간 안에 카메라를 넣어서 보는 것은 약간 부차적인 것 같아요. 오히려 그것도 빛이 공간 안에 있는지, 그래서 빛이 없어서 바깥쪽에서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지, 혹은 또 어떤 그룹에서는 공간 안에 빛이 가득 차 있고 바깥이 어두워서 안에 있는 빛이 바깥으로 새어 나오는지, 최근에는 아예 그런 빛이 가득 차 있는 공간이 왜곡되거나 서로 관통하거나 변형되거나 그런 것들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작업들이 모형 중에서도 카메라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실제 사람 크기의 모형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 공간 안에서 빛이 쏟아져 나올 때 거기를 카메라의 시선으로 잡지만 빛 자체도 관객들을 비추게 되고 공간에서도 관련 있고요. 또 최근에 빛을 움직이게 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상을 찾아다니는 일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보면 작은 감시인데, 가상의 모형 공간 안에서 실제 공간을 감시하게 되는 형태, 그리고 그게 어떤 축적의 관계에서 우스꽝스러운 역전이 돼요. 카메라가 들어갔을 때는 카메라가 바라보는 시점으로는 세계와 바깥 공간의 세계인데, 지금처럼 모형이 제거된 상태에서는 바로 바라보게 됐을 때는 그런 게 없어지게 되면서 좀 다른 관점이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도 모형 없이 카메라만 우주인이 유영하는 것처럼 회전하는 그런 작업을 했었어요.

박이창식

: 등대라는 제목을 모르고 보는 분들은 자칫하면 감시 초소 즉, 교도소의 감시탑에서 서치라이트를 비춰서 감시하고 있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솔직히 작품의 목적과는 다르게 이미지는 도리어 감시 초소 같은 느낌이 강하게 와 닿더라고요.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정정주 작가와 대화 시간이 많지 않았던 점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이번 작업이 작가 작업실에서 한정되게 진행되었고 결과물을 전시장으로 이동해 오면서 작업 진행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예견이라든지 작가의 작업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많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그런 부분이 지나고 나니까 많이 아쉽기도 합니다.

관람객(이야기)

: 저는 처음에 등대 이미지로서만 받아들이고 카메라가 같이 돌고 있는 건 모르는 상태에서 보고 나중에 알았거든요.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이 얼마나 바보처럼 나왔을까? 그런 생각도 해 보고요. 아까 말씀하시는 중에 등대에 관한 이미지가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이 충돌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일단은 카메라라는 것의 속성은 앞에 내가 서있는 게 자연스러운 건데 등대라는 것은 내가 그 앞에 서기보다는 등대가 비춰주는 빛이 바깥에서 다른 지형을 살필 수 있는, 사실은 위치적인 면에서 두 가지 소재가 전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 부분에서 제가 느끼기에 그런 다른 소재들이 같이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고, 또 단순히 전시장 내부를 비추는 등대를 통해서 서서히 움직일 때 지금까지 문화살롱 공에 있었던 전시 작품들의 잔상 같은 것을 저 개인적으로는 돌이켜보게 됐고 앞으로도 지하 갤러리에서 또 다른 많은 작품들이 전시될 텐데 그런 것에 대한 모습들을 그려 넣을 수 있어서 그런 점에서 저는 흥미로웠습니다. 잘 봤습니다.

관람객(현성주)

: 나도 좀 한마디 하면, 하하! 사실 좋은 분들하고 청년 작가들하고 함께 하는 것이 정말 아주 고맙고 감사한 부분이 많고요. 또 이렇게 같이 얘기하다 보니까, 그래도 제 기계(감수성)가 녹슬었는데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난 기분이 좋고요. 그리고 감자를 먹은 사람은 끝까지 있어야 합니다. (하하하!) 제가 사실은 행사가 4시라고 그래서 5시에 약속을 잡았어요. 자리를 떠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나는 두 분 작품 속에서 미술의 美 자도 모르는 사람인데 한 가지 너무 재미난 걸 느꼈습니다.

아까 모르는 사람의 사진도 얻었고, 어쨌든 간에 두 분의 작품 속에 그 뭐랄까, 그림하고는 관계없는 사람들이 그쪽으로 다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우선 등대가 돌아갈 때 빛이 비치면서 화면에 보이는데 저도 선생님의 작품을 통해서 저쪽으로 새롭게 갔구나 하는 느낌도 있고 거기에 있는 이름 모를 사진 속의 그 사람도 원하든 원치 않든 그쪽으로 들어가서 동화 속에 나오는 뭐라 그럴까요? 오지를 뚫고 들어가면 나오는 새로운 세계 같은 거 있지 않습니까? 그런 느낌을 받고 너무 재미있고 두 분 작품 다 사람을 그리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그런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이 되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보고 하면 내가 자꾸 그쪽으로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등대가 왔다 갔다 하면서 나도 그 속으로 나오고, 두 분 작품은 사람을 흡입하는 특징이 있어요. 그리고 또 그림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그 속에 들어가서 내가 없어졌지만 또다시 나오고 또 다시 나오고 하면서 여러 번 출연을 한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어쨌든 난 그리로 뭔가 지나갔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분이 좋고,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지만 내가 들어갔다 나왔다는 부분이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두 분한테 제 녹슨 생각이 뭔가 움직이게 해 줘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있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저는 조그만 지역 동네 신문 만드는 사람인데, 문화살롱 공을 통해서 여러분을 계속해서 소개할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살짝, 감자 먹은 사람은 청소까지 해야 하는데 (하하하!) 제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정말 두 분 좋은 작품 볼 수 있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다같이: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박이창식: 나중에 이샛별 작가 작품에 들어가셔도 이미지가.. (하하하!)

이샛별: 이미 자체로… (하하하!)

박이창식

: 여기 오신 분들 모두가 이샛별 작가의 작품 이미지에 들어간다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하)

저희가 기획한「의정부 이동展」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작가로서 기획자로서 많이 공부되는 것 같아요. 내년에도 이런 주제로 프로젝트를 기획할 예정인데, 그때는 또 어떤 방향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또 어떻게 잘 이끌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좌표도 생기는 것 같아 올해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좋은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가와의 대화 시간 중간에 오신 분들이 계시는데, 정정주 작가나 이샛별 작가를 추천해주신 작가분입니다. 박준식 선생과 그 뒤에 이영호 선생이 동두천 작가를 추천해주셨었습니다. 두 분을 잠시 소개하면 저희 공간에서 기획했던 「전초전展」과「의정부 이동展」에 참여했던 작가분들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작가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새로운 작가들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계들이 잘 구축이 돼서 앞으로 전시를 기획할 때 참여한 작가 분들께서도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부탁합니다.

이번에 저희가 핑계 아닌 핑계로 광주에 내려가는 바람에 하정수 선생님께서 작가분들하고, 특히 이샛별 작가와 시간을 많이 보내셨는데 소감이라도 한마디 해 주시죠? 하하!

하정수

: 먼저 이샛별 선생님이 결과적으로는 안 보이지만 작업의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상황들이 변해서 맨 처음에 구상했던 작업을 하려고 하다가 변화가 있었어요. 아주 잠깐 이야기 나온 것은 그림을 하루에 한 장씩 그려서 전시를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상황이 좀 틀어져서 우리 어렸을 때 봤던 이동사진관처럼 꽃을 들고 찍는 그런 작업을 하려고 계획을 하셨다가 또 상황이 바뀌고, 그래도 어떻게 보면 정말 순발력이 좋으신 건지 그 상황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완성도 있는 작업을 해서 감사하고 충실하게 작업 하셨다는 게 충분히 느껴집니다. 중간에 그런 변동들이 있었습니다.

정정주 선생님은 ‘왜 이렇게 안 나타나나!’라고 했었는데 (하하하!) 결과적으로는 그래도 여기 전시장 공간을 담으려고 했던 것들이 잘 보여서 ‘역시 프로작가구나!’ 그런 생각이 들고요. 물론 저도 낯을 가려서 많이 친해지질 못해서 좀 더 많이 알고, 작품을 알 때는 작업을 보고 아는 것보다 그 사람이랑 친해지고 작업을 알고 하면 많은 면을 알 텐데 많은 걸 얘기를 못해서 좀 아쉬운데, 일단 작업 결과물로는 어느 정도 잘 이해했습니다.

박이창식

: 프로젝트 진행으로 제가 광주에 가 있을 때 이샛별 작가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그런데 본인이 작업 구상한 대로 추진하려고 하는데 모 작가의 바닥 작업 때문에 (하하하!) 그 작업이 워낙 세서!

관람객(나규환): 누구지? (하하하!)

박이창식

: 그 작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전화가 왔었어요. 그래도 한번 해 보시죠? 아니면 걷어내라고 할까요? 그렇게 말씀을 드리기도 했었는데, 이샛별 작가가 중간에 사진관 형태로 공에 찾아오는 손님이나 추천받은 손님을 대상으로 작업한다고 해서 ‘상당히 재미있겠다.’하고 잠시나마 기대를 했었거든요. 동네사진관처럼 찍혀진 사진을 보는 것 자체로도 재미있게 느껴졌었는데, 그 작업을 못하게 됐다고 전화가 다시 와서는 렌티큘라로 작업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전 렌티큘라라는 명칭에 대해서 뭔지도 몰랐어요. 나중에 작가님이 에디션으로 조그맣게 뽑아온 걸 보면서 ‘아~ 이게 렌티큘라였구나! 옛날에 딱지로 봤던 그게 이런 기법으로 제작되었구나!’ 해서 인터넷으로 렌티큘라를 제작해주는 회사도 들어가 보았는데, 다양하게 작업했던 자료가 있더라고요. 3D 입체도 있고, 점심때 하정수 선생과 문미희 선생과 냉면 먹으러 갔던 식당에도 렌티큘라로 만든 호랑이 작품이 있었어요. (하하하!) 얇은 종이 한 장에 입체감이 상당하더라고요. 아무튼, 이샛별 작가 작업을 통해 렌티큘라를 알게 되어서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하하! 끝으로 짧은 시간인데 두 분 작가께서 밀도 있는 작업이 나오는 걸 보면서 저희도 공부 많이 했습니다. 역시 작가분들이 프로의식이 있으셔서 작업에 대해 아쉬움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었어요. 두 분 고생 많이 하셨고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