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인디프레스갤러리 공간에 펼쳐진 이샛별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멈춰선 지난 시간을 떠올려본다. 아이러니하게도2020년 초, 대구예술발전소의 레지던시 참여 작가로 그녀가 입주해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코로나19의 대구발 확진자의 급증 소식이 전혀 졌고, 조만간 새 작업을 보러 가겠노라는 그녀와의 약속은 무려16개월이 지난2021년6월이 되어서야 가능하게 되었다. 2019년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열린 「현대회화의 모험: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전시에서 본 후로 만2년만의 전시였다. 

이번 전시 「레이어스케이프(Layerscape)」에서도 그녀는 풍경과 초상에 대한 주제적 몰입을 보여준다. 특히, ‘층(Layer)’이라는 것을 통해서, 회화적인 사유의 방식이 디지털적 특성으로 고민하려 했다는 점이 이전과는 좀 다른 것처럼 보인다. 대형 화면 가득히 채우고 있는 녹색은 파국적인 에메랄드빛에 녹아내리는 듯하고, 풍경과 함께 모니터를 통해서 자주 보게 되는 픽셀, 경고창과 같은 디지털의 오작동을 알리는 요소들이 중첩되어있다. 

2013년 「녹색 파국」에서부터 주목받고 발전된 이샛별 작가의 녹색 개념은, 편안하고 안전한 우리의 삶의 환경을 윤택하게 만드는 자연이라는 이미지가 아닌, 미화되어 인식된‘거짓’된 이미지로 자연을 말한다. 문명을 통해서 재 점유된 자연, 인공화 되어 이율배반적인 자연의 이미지는 「그린 에코」 시리즈(2017~)를 통해서도 뚜렷하게 명시되었던 바 있다. 이 풍경에서 등장했던 여성과 남성을 비롯하여 숲속에 타오르는 모닥불, 뿌리를 드러낸 나무, 무릎을 꿇은 사람, 피로 물든 듯 보이는 대지 같은 표상들은 멸망해가는 세계를 경고하는 상징들이다. 더욱이 이번 「레이어스케이프(Layerscape)」작업에서는 자연 속에 있는 인체들은 요소로 드러나지만, 분절되어 그나마 온전한 부분마저도 미끄러지거나 파편화된다. 피로 물든 듯한 대지로 추리하자면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있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두렵게도 미래의 인류에게 다가온 사실은 디스토피아에 대한 현실이다. 세상을 둘러싼 자연도 인류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안고 있는 시스템을 더이상 감추지 않는다. 현실에 솔직해지자면, 인간들은 마스크를 뒤집어쓴 채,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을지 모를 백신들을 줄을 서서 맞으며‘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을 빌려 함께 있는 것 조자 두려워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멈춰진 현재는 순환되지 못하고 정체된 세계이다. 환경재앙이 그러한 실재 중 하나이며, 분명 어떤 층위에서 환경문제는 아무리 개인이 노력한다 해도, 구조적으로 자본주의 문화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악의 고리를 가지고 있다. 위급한 현재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현재 삶을 연장할 방법들을 찾기 위해서, 가상세계에서 채굴하고, 온라인으로 구입한 생필품을 문 앞 배송을 받으며, 부재된 생존 감각을 클럽하우스로 보완하려한다. 어느새 눈뜬 채 잠든 세상에서 이샛별 작가는 랙이 걸린 화면의 끝나지 않는 오작동과 인식 불가능한 픽셀로 된 인물을 그린다. 디지털의 세계에서 조차 인식 불가한 생명체의 실체, 단위로만 드러나는 파편화된 얼굴들, 바로 그녀의 초상들 사이에 섬뜩하게 눈을 치켜뜬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로봇 만화의 주인공처럼 동그랗게 그려진 눈동자를 붙이기(paste) 한 병합된(Merge) 이미지, 이것이 오늘의 회화이다.